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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주 최홍규 20071014

건축가와 변호사, 의사라는 직업은 역사적으로 가장 오래된 전문직이다. 이 전문직종은 특히 모두 특별한 클라이언트가 있다는 점도 같다. 즉 제품을 미리 만들어 놓고 손님을 기다리는 직업이 아니라 손님이 청을 먼저 해야 직능을 발동하기 시작한다. 따라서 손님과의 관계가 대단히 중요하다. 그 중에서도 의사가 상대하는 이들은 거의 몸이 불편한 사람들이고 변호사는 대개 골치 아픈 이들을 대하게 되기 마련이지만, 건축가는 언제든지 꿈을 실현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즉 얼마간의 돈도 있어서 미래의 행복을 그리는 이들을 상대해야 하는 직종이니 건축이란 참으로 축복받은 일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나 간혹 그 건축주가 자기 자신의 미래를 너무 골똘히 생각한 나머지 건축가에게 그 꿈을 강요하기를 주저하지 않는 이들이 많다. 그래서 건축가가 가진 창조적 능력을 무시하고 자기가 그린 꿈을 그대로 실현시키기 위해 건축가를 하수인 혹은 시녀로 착각하기도 한다. 그래서, 건축은 결단코 개인의 소유물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나 같은 건축가를 만나게 되면 우리의 만남은 불행한 결과를 나을 뿐이었다. 그렇다. 나는 건축이 우리 모두의 소유라고 주장한다. 그 건축주의 개인집이라고 하드라도 그는 그가 투자한 돈으로 사용권을 획득했을 따름이지 그 소유는 그 건축으로 인해 영향 받지 않을 수 없는 우리 사회와 주민에게 있다. 그래서 건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공공적 가치의 획득이며 이게 내가 생각하는 건축의 윤리다.
이렇게 주장하곤 하는 나를 일반적 건축주들이 좋아할 리가 없다. 그래서 상업적 시설을 설계할 기회가 잘 주어지지 않아 아직도 영세한 사무실을 운영할 수 밖에 없지만, 내 밥통 걱정하느라 내가 깨달은 진실을 외면할 수 없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그런 나의 진정성을 알아주는 건축주를 만났을 때는 나는 내 몸과 온 영혼으로 그의 행복을 위해 봉사할 각오가 되어있다.
쇳대박물관 관장이 된 최가철물점의 최홍규사장이 그런 건축주였다. 그는 그가 무엇을 원하는지 나에게 세세하게 이야기 했다. 흔히들 건축가에게 모든 것을 일임하는 건축주가 훌륭하다고 이야기 하지만, 그렇지 않다. 그런 건축주는 나중에 지어진 결과에 애착을 느끼기 어렵고 비평하게 되기 쉽다. 모든 요구사항을 제시한 다음 결정은 건축가에게 맡기는 건축주가 좋은 건축주이다. 그는 모든 결정을 나에게 맡겼고, 나는 그의 생각 위에 나의 사유를 덧대어 이 집을 짓게 된다. 나는 이 검박하고 진중한 집이 그를 몹시 닮았다고 여긴다. 그를 골똘히 생각한 결과이다. 좋은 건축은 좋은 건축가가 만들지만, 좋은 건축가는 좋은 건축주가 만들기 마련이다. 그는 참 좋은 건축주이며 행복할 충분한 자격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