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 1. 23
Vol.202
이로재는 지난 1989년 12월 27일 창립되어 올해로 30주년을 맞이하였습니다. 30년이라는 시간은 사람으로 치면 ‘한 세대’에 해당하는 긴 세월입니다. 이를 기념하는 작은 전시가 ‘감성의 지형’이라는 제목으로 지난 12월 12일부터 장충동 소재 ‘파라다이스.ZIP’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감성의 지형’라는 제목은 이로재가 창립되던 1989년, 그리스 건축가 피키오니스의 아테네 아크로폴리스 진입로 작업을 런던의 AA School에서 전시하며 출간한 책자의 제목 ‘Sentimental Topography’에서 유래하였습니다. ‘빈자의 미학’을 선언한 이후 ‘어반 보이드(Urban Void)’, ‘문화풍경(Culturescape)’, ‘지문(Landscape)’과 같은 보다 구체적인 핵심 언어를 통해 건축의 본질에 접근해온 SHS는, ‘감성의 지형’이라는 새로운 어휘를 통해 지난 30년간의 건축 철학을 본 전시를 통해 차분하면서도 힘있게 담아내고 있습니다. 전시장인 ‘파라다이스.ZIP’은 장충동 골목가의 옛 주택을 리모델링한 특별한 장소입니다. 60년이 넘은 고택은 지난 2016년 이로재의 계획안을 통해 시간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은 문화공간으로 재 탄생하였습니다. 2층 규모의 아담한 공간으로, 과거 주택으로 쓰이던 시절의 흔적들을 남겨 관람자로 하여금 전시장에 방문하는 것만으로도 특별한 경험이 되는 곳입니다. 이번 전시는 전시장의 크고 작은 열 두개의 작은 방을 따라 1층과 2층에 걸쳐 사진과 모형, 그리고 글을 잔잔하게 담아내었습니다. 말미에는 지난 2019년 SHS가 받은 오스트리아 학술예술 1급 십자훈장 실물 또한 함께 전시되어 있습니다.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면 순백색 벽면을 가득 메운 칠십 장의 흑백사진이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하양교회, 명례성지, 부계사유원 명정, 수백당, 수졸당 등 대표적인 건축 작품들을 담은 사진들은 벽면에 남겨진 기존 주택의 흔적들을 의식하여 그 크기와 비율이 치밀하게 계획되었습니다. 사진은 건축물의 전경 보다는 각 공간을 클로즈업하여 보여주고 있으며, 여기에는 건물명이나 위치, 연도, 도면과 같은 그 어떠한 정보도 없습니다. 관람객으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사진에 담긴 순수한 공간에만 집중할 수 있기를 의도하였습니다. 사진과 함께 놓인 스물 한 개의 순백색 모형은 색상, 장식을 배제한 채 오로지 건축이 만들어낸 풍경만을 담았습니다. 모든 모형은 가로 20cm, 세로 20cm의 크기로 3D 프린팅 방식으로 제작되어 작은 매스모형 수준임에도 공간의 디테일을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사진과 모형에 시선을 빼앗겨 전시장을 걷다 보면 벽면에 새겨진 짧은 글귀들이 눈길을 끕니다. 콘크리트, 타일, 벽돌 등 기존 주택 벽면의 요철과 그대로 일체화된 글자들은 지난 30년간의 SHS와 이로재의 건축을 이해하는 키워드로서 관람객의 상상력을 자극합니다. 본 전시는 파라다이스문화재단의 주최로 지난 2019년 12월 12일부터 오는 2020년 2월 29일까지 장충동 소재 파라다이스ZIP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이제껏 시도된 적 없는 새로운 방식의 전시계획을 통해, 관람객으로 하여금 작품을 피사체로만 보지 않고 본인이 그 공간 안에 있는 듯한 상상력을 자극하며, 지난 30년을 관통해온 SHS와 이로재의 건축철학에 공감하는 장이 되기를 기대해봅니다.
Issue
30주년 전시 오프닝 행사2019년 12월 12일, SHS는 이로재 30년의 역사를 정리하는 전시 <감성의 지형> 오프닝 행사에 참여하여 전시 제목 “감성의 지형”을 설명했습니다. 1989년 이로재 사무소 창립당시 아테네 아크로폴리스 유적지로 진입하는 돌길 작업을 주제로 한 전시 카탈로그 타이틀 Sentimental Topography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설명과 함께, 내빈들에게 지난 30년 동안의 건축 철학 및 이로재의 대표 건축 작품들을 직접 소개했습니다. | |
YTN 인터뷰지난 17일 “채운 것을 비우다, 그리고 다시 채우다”라는 주제를 가지고 SHS는 YTN 人터view 방송에 출연했습니다. 특히 하양 무학로 교회 설계 관련하여 교회 건축에 대해 집중적으로 인터뷰하였으며, 건축과 영성의 관계를 중심으로 자신의 건축철학을 아래와 같이 밝혔습니다. “우리나라 어느 곳에 가든 붉은 네온 십자가를 흔히 볼 수 있는데 기독교가 우리에게 와서 본질과는 다르게 기복 신앙으로 변해있는 결과인데 교회는 십자가와 같은 상징에 결단코 그 본질이 있지 않습니다. 이것은 강요에 의해서, 상징에 의해서, 무슨 장식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분위기가 아니라 우리 속에 잠재되어 있는 우리의 진리를 찾고자 하는 마음의 발로에서 비롯되는게 교회이고, 그런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이 교회당입니다.” | |
서울경제 인터뷰12월 23일 서울경제 ‘이사람’ 코너에서 SHS는 지난 건축 인생 30년에 대한 회고와 앞으로의 건축작업에 대하여 인터뷰하였고, 특히 이로재 30주년 기념 전시 <감성의 지형>을 아래와 같이 소개했습니다. “30년 전 그 풍경이 뇌리에 박혀 잊히지 않았는데 최근에 다시 아테네에 다녀오고, 이런 건축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30년 동안 해온 건축을 다시 시작하겠다는 이슈가 감성의 지형입니다.” 또한 철학자 한나 아렌트의 말을 빌려 앞으로의 건축 작업 방향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감동 받은 해나 아렌트의 말 중에 ‘인간성의 완성이라는 것은 밀실에서 이뤄질 수 없다. 그리고 개인의 작업을 내놓는 것으로도 이뤄질 수 없다. 인간성의 완성은 공공의 영역에 자기 자신을 투영함으로써 이뤄질 수 있는 일이다’라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 말에 따라 남보다 더 공공 영역에 있게 된 셈인데요. 주변 사람들도 공공에서 나오라고 설득했고요. 하지만 30년 건축을 해보니 두 번째 말은 동의할 수 없더군요. 건축은 워낙 공공적인 가치가 있는 작업이라 일단 개인의 훈련을 통해 공공에 개인의 건축적 작업을 내놓는 게 가장 공공적인, 최종적인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개인의 밀실에 있지도 않았고 공공의 광장을 비켜 간 적도 없지만 더욱더 공공적 가치를 위해 아렌트의 말을 뒤집어 개인의 작업에 몰두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 |
동숭학당 졸업식2014년부터 6년 간 이어온 동숭학당이 겨울을 맞아 긴 동면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거주, 장소, 풍경, 기억, 공간 그리고 사회를 마지막 주제로 동숭학당은 아쉬움 끝에 당분간 문을 닫게 되었습니다. 12월 25일 동숭동 스페이스M에서 졸업식이 진행되었으며 동숭학당 운영위원회, 학생 및 강연자 모두가 모여 서운함과 아쉬움을 함께 나눌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
Works
가회동 근린생활시설, 서울Gahoe-dong Complex Building, Seoul가회동 근린생활시설은 지상4층 바닥까지 1차 골조보강공사를 마무리하고 지하 터파기 공사를 준비 중입니다. 뜬구조 공법으로 진행될 지하층 공사는 기초바닥레벨까지 박혀있는 여러 개의 마이크로파일 위에 기존건물을 띄워놓은 상태로 진행되는 공법입니다. 보강공사가 마무리된 지상층 건물을 지지하는 가설 철골구조물의 상세도면 검토를 마치고 1월부터 설치가 시작될 예정입니다. 철골구조물이 마이크로 파일 위에 고정되어 건물의 하중을 받치는 역할을 하게 되고, 설치완료이후 본격적인 터파기 공사가 진행될 예정입니다. 가설철골 구조물 설치기간 동안 공기단축을 위해 2차 골조공사부분인 지상4층 외벽 및 지붕층 철근 배근 및 거푸집 설치 작업을 병행할 예정입니다. 협소한 작업공간에서 이루어지는 난이도 높은 공정이 진행될 예정이기에 현장 안전관리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습니다. | |
김해 시민문화 체험전시관, 김해Gimhae Civic Culture Hall, Gimhae골조공사 마무리단계에 접어든 전시관은 전체적인 건물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도로와 연결된 경사진 계단광장위로 솟은 여러 개의 매스는 1층~2층의 소규모 건물이 모여있는 마을의 모습과 잘 어우러지고 있습니다. 올해 말까지 골조공사가 마무리하고 내년부터는 건물 내.외부 마감공사와 기계/전기설비 공사가 바쁘게 이루어질 예정입니다. 계단광장의 마감재료인 PC콘크리트, 진입광장 바닥재료인 석재, 2층 라운지 석재바닥 및 엑세스 플로어 상세도 검토가 이루지고 있고, 창호디테일도 작업 중에 있습니다. 기계, 전기, 소방 배관배선과 조명설치에 대한 검토도 이루어지고 있는데, 천장이 경사면과 평지붕이 다양한 레벨로 계획되어 세심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습니다. 1월에는 진입광장 하부 지열천공 공사까지 완료하고 광장바닥 기초를 만들어 입구광장의 모습이 드러나게 될 예정입니다. | |
동아대학교 미래교육관. 부산Dong-A University Future Education Center, Busan동아대학교 승학캠퍼스의 정문 초입에 지어 질 미래교육관 프로젝트는 현재 기본설계가 마무리 되었으며 건축허가 도서 작성중에 있습니다. 경사가 심한 대지상황를 고려하여 지형 훼손을 최소화하여 배치하고, 인접한 주택들과의 컨텍스트를 고려하여 서로 조화롭게 구성하였습니다. 승학산과 어우러진 교육공간을 개념으로 외부공간의 녹지화를 통해 다양한 휴게공간을 계획하였고, 경사지형의 다양한 레벨을 활용하여 강의실, 도서관 등에 직접 접근 할 수 있도록 계획하였습니다. 풍경적 건축과 활동의 장소를 구현하고자 조경과 건축 등 다양한 분야와 협업하여 진행 중에 있습니다. 향후 일정은 아래와 같습니다. 내년 1월중순 건축허가 제출, 3월말까지 실시설계 마무리, 5월 착공을 목표로 설계 진행 중에 있습니다. 동아대학교 미래교육관은 학교의 인큐베이터 역할로 신입생들의 교양 및 기초역량 강화, 캠퍼스의 접근성 향상 등 긍정적 변화를 가져올 것입니다. | |
방배동 지식산업센터, 서울Bangbae-dong Knowledge Industrial Center, Seoul서초구 방배동에 계획중인 지식산업센터는 기본계획구상 및 개발계획 검토중에 있습니다. 계획부지는 과거 채석장으로 사용되던 곳으로서 현재도 인접한 절개지가 그대로 노출되어 있는 나대지이나, 과천방향에서 서울로 진입하는 길목에 위치하고 있어 서울의 첫인상을 보여주는 중요한 입지를 가지고 있는 땅이기도 합니다. 또한 강남순환도로 사당IC에 인접한 부지로서 다양한 선형과 레벨의 도로망에 접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대지의 여러 조건을 토대로 저층부는 주변 도로망과 대응하는 형상 및 고가도로의 레벨에 맞춘 새로운 지형으로 계획하여 지면에서부터 자연스럽게 보행동선으로 연결되는 공공 성격의 광장으로 조성하고, 고층부는 서울로 진입하는 관문의 이미지를 고려하여 절개지형과 잘 조화되고 배경으로서 새로운 풍경이 될 수 있도록 검토중입니다. 현재 기본구상안과 관련하여 규모, 교통, 용도 등 관계부서와 협의중에 있습니다. | |
볍씨마을, 제주Beopsi Village, Jeju제주시 선흘리에 위치한 볍씨마을은 지난 4월부터 현재까지 기본설계 및 실시설계를 진행하여 건축허가를 완료하였습니다. 향후 일정은 내년 1월에 시공사 선정을 위한 현장설명회를 진행하여 2월에 착공할 예정입니다. 여러 가구가 모여 사는 볍씨마을은 각 집들을 대지 형상을 따라 감싸듯이 배치하였고, 마을 공동시설은 큰마당 중심에 두었습니다. 건축과 아름다운 풍경이 잘 어울릴 수 있고, 볍씨 마을사람들이 서로 공생하면서 어울려 살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