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서울시장이라면

조선일보 일사일언

2000. 8. 14

반드시 청계천을 비롯한 모든 복개 되어 있는 하천을 다시 원상회복 시키겠다.
보통 난리가 아닐 것이다. 첫번 째가 교통 대란이다. 청계 고가로를 없애야 하고 대학로의 폭을 반으로 줄여야 하고 인사동 길을 없애야 하니 교통 체증이 이만 저만 아니지 않겠는가. 그래도 무책이 상책이라고 그냥 내버려 둔다. 강남에서 강북으로 건너 오는데 서너 시간이면 빠른 편이고 종로를 관통하자면 두어 시간은 잡아야 한다. 주차장을 만드는 것은 이제는 불법인 지라 주차할 자리를 찾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 이며 주차료도 무지 비쌀 게 틀림 없다. 불법주차 및 교통법규 위반 사례가 비일비재 할 것이니 몇 십 배로 올린 범칙금의 수입이 또한 엄청날 게다. 게다가 도심 진입 요금도 만만치 않으니 어느 누가 감히 차를 몰고 시내로 들어 오겠는가.
복개판을 걷어 낸 하천은 오죽할까. 수십 년간 퇴적된 오물이 뒤범벅이고 온갖 악취가 시내를 진동 시킬 것인 즉 이들 하천의 수질을 정화하지 않으면 도무지 살 수가 없다. 어떤 비용을 들여서라도 오염원을 제거하고 물을 맑게 해야 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문제이다.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이제 사대문 안은 맑은 물길이 졸졸 흘러 물고기도 보이고 광교를 비롯한 조선시대의 아름다운 수변 석조물도 아름답게 드러난다. 통행하는 차들은 전기로 가는 공공 교통 뿐이니 세종로 같은 넓은 도로는 보행자 전용공간으로 바뀌고 곳곳에 나무 심고 잔디로 뒤 덮인다. 공기는 청정이요 하늘은 푸르디 푸르다.
누가 나 서울시장 시켜 주지 않나. 오늘 같이 무더운 날 꽉 막힌 청계천 위에 짜증스레 서있으니 별 망상이 다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