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도 신처럼 되리라-에리히 프롬

2013. 12. 17

자기 집이 아니라 다른 이들의 집과 삶을 짓는 게 고유직능인 건축가는 자신을 객관화 시키기 위해 스스로를 경계 밖으로 늘 추방해야 한다고 생각해왔다. 다만, 사회적 존재로서 이런 이방인적 삶이 괜찮을까? 그런 삶의 유효함을 이 책은 다시 확신시켰다.

에리히 프롬(1900-1980)은 아담과 이브의 에덴 추방사건이 인간의 타락이 아니라 자각에 대한 역사라고 명제를 단단히 하며 글을 시작한다. 즉 자유를 향해 인류가 여정을 시작한 것이며, 하나님의 율법을 행함으로써 하나님과 일체화를 이루어 모든 속박에서 벗어난다는 것. 그 휴머니즘의 승리에 대한 낙관이 이 책에 일관되어 있다. '어떤 신도 믿지 않는다'고 강변하는 그의 믿음에 동의할 순 없어도, 우상숭배가 인간 실존의 분열이며 우상배격이 사랑과 정의에 이르는 하나님의 길이라는 성찰에 경의를 표할 수 밖에 없다. 이 책은 반세기 전에 쓰여진 것이다. 그러나 우리 인간의 자주성에 관한 그의 지적 성찰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특히, 우상이 된 물신과 권력의 숭배로 '개독교'가 되곤 하는 지금 이 땅의 교회들을 보면 더욱 그렇다. 그가 줄곧 강조한 것은 자발적 추방인의 삶이었으니 예수의 삶이 그랬던 것 아닌가.

원서에 의하면 '구약성서와 그 전통에 대한 급진적 해석'이 책의 부제다. 구약이 한 종교의 경전, 유대민족의 역사서, 예언서, 시가집이라는 특수성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우리 인류의 정체성과 그 보편적 목표를 향하고 있다며 기존의 통설을 통렬히 배반한다. 읽는 내내 내 머리에 맴돈 신약의 구절이 있었다. '너희가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