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대학교 문화관

2001. 5. 22

대전대학교의 학교부지는 산 허리를 깎아서 만들만큼 평탄지가 부족한 곳이다. 경사지에 세워지는 이 문화관의 기본구상도를 학교측으로부터 처음 받았을 때 또 한번의 대단한 토목공사가 이루질 수 밖에 없도록 그려져 있는 것을 알았다. 문화관이 지어질 예정인 부지의 계곡 아래 쪽에 기숙사를 설계하기로 된 민현식 선생과 나는, 이 경사진 지형을 그대로 살릴 것에 쉽게 합의를 본다.
그러나 문화관이라고 이름한 이 프로젝트는 그야 말로 대학문화를 적극적으로 형성하기 위해 많은 학생들이 모여드는 시설이다. 주어진 프로그램의 종류가 이를 그대로 이야기 한다. 다목적 공연장과, 동아리 회합실들, 식당과 회의장, 전시실 그리고 학생상담실과 어학실습실 등, 하나의 건물로 묶기에는 너무 다양하고 독립적인 시설들이었다. 물론 부분적으로는 긴밀한 연계를 필요로 하는 것도 있다. 이 복잡다단한 시설들을 하나의 출입동선으로 제어하는 것은 그 출입의 성격과 기능으로 보아 불가능할 뿐 아니라 불필요하였으며 오히려 여기저기서 서로 다른 이벤트들이 동시에 일어나는 것을 허용하는 것이 더욱 유효한 것으로 판단되었다. 따라서 모여드는 학생들을 실내의 공간에서만 수용한다는 것은 자유분망을 목표로 하는 이들의 문화 행위를 특수한 분야로만 한정시키게 될 것이 분명하였다.
옥외공간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된 나는 여기서 새로운 땅을 만들기로 한다. 즉 진입도로에 면하여 평탄면을 하나 만든다는 것이다. 이것은 평탄지가 부족한 이 학교로 보아 대단히 요긴한 일이다. 토목공사를 통하지 않고 새로운 땅을 만드는 일은 건물을 데크로 만들어서 사용하는 것이다. 따라서 주어진 부지 범위의 표고 차가 10m에 이르는 것을 파악하고 나는 이 프로젝트의 프로그램을 두 부분으로 나누어 데크의 하부에는 집회시설들과 식당 및 전시장을 두고 데크 상부 -새로운 땅 위에는 개인적 학습을 목표로 하는 어학실습실을 두는 조닝을 만들었다. 이 새로운 땅은 데크 하부의 집회공간 등에 대한 실내의 출입을 위하여 진입도로에서 한 층 위에서 시작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이 데크에 대한 강한 인지성을 확보하기 위해- 물론 이 데크의 장소성을 특별하게 하기 위해서도 – 경사지게 만든다.
이 54m의 깊이와 62m의 폭 크기의 데크는 가운데 커다란 개구부를 가지고 있다. 이 개구부 아래는 진입도로에서 10m아래로 경사져서 내려간다. 이 경사진 오픈 스페이스는 하나의 근사한 집회장이 될 수 있어 실내의 다목적 공연장이 수용하지 못하는 1000명이 함께 할 수 있는 대규모 집회를 가능하게 한다. 물론 이 야외집회장은 아래쪽 무대부분에서 실내 다목적 공연장의 무대와 일치된 레벨이어서 두 집회 공간의 연계적 이용도 훨씬 활발한 이벤트를 가능하게 할 것이다. 이 경사진 야외집회장은 평소에는 휴식이나 소규모 회합 혹은 야외전시가 가능한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아래의 기숙사 시설과 연결되는 외부의 길로도 쓰이는 공간이다.
이 1,000 평 면적의 새로운 땅 -데크는 좌우에 유리로 싸여진 두개의 매쓰가 올려져 있다. 그 사이에 조그만 집회 공간도 있고 벤치가 있기도 하며 나무도 심어져 있다. 마치 하나의 공원이기도 하고 광장이기도 하며 마당이기도 하다. 심지어는 하늘로 올라가는 길처럼 보이기도 할 것이다. 이 데크를 오르는 루트는 다양하다. 가운데 야외집회장을 한정시키는 경사진 길을 따라 식당 앞 발코니를 거쳐 오르거나 전시장과 회의시설이 있는 곳의 중정을 통하여 오르기도 하고 혹은 좌우의 유리박스를 통해 접근할 수도 있으며, 진입도로에서 직접 계단을 통해 오르기도 한다. 이 곳에 오르면 이 땅은 모든 지면에서 떠 있는 특별한 장소로 느껴질 것이 틀림 없다. 이 특별한 장소는 특별한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지는 않으나 학생들이나 교직원 혹은 방문자들은 저마다의 특별한 추억을 이 곳에서 만들 것을 확신하며 그것은 그들의 새로운 삶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