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대 30주년 기념관

2009. 2. 04

대전대학교는 2010년10월에 설립30주년을 맞는다. 30년이 대학교로서는 긴 역사가 아니지만 대전대학교는 이 짧은 기간 동안 지방의 신생사립대학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고 중요한 대전의 교육기관으로 자리잡았다. 학교구성원의 각별한 노력이 우선이겠지만 캠퍼스 정비계획의 효과도 크다고 했다. 산을 절개해서 만든 평지에 따라 건물을 세우는 토목적 접근으로 도서관을 비롯한 여러 건물들로 스산한 캠퍼스풍경을 초창기에 이루었던 이 학교는 2003년말 혜화문화관과 기숙사가 준공되면서 분위기가 일신되는 계기를 맞았다. 이후 기오헌의 작업으로 캠퍼스 정비 종합계획이 마련되어 새로운 건물과 기존건물이 신축과 개수를 거듭하였고 가로와 환경시설도 일관된 지침에 의거하여 재조직되면서 캠퍼스의 풍경은 완전히 탈바꿈되어 이제는 일반 시민도 즐겨 오는 곳이 되었다. 건축의 힘이었다. ■ 아마 이 30주년 기념관은 그 규모도 가장 크지만 의미상에 있어서도 종합계획의 정점에 해당되는 건축으로 간주하였을 것이다. 그래서, 마스터플랜에서는, 학교측의 요구에 의해서 트윈타워 형식으로 대단한 상징성을 갖도록 그려져 있었다. 마스터플랜 작업을 지휘한 민현식선생은 이에 대해 회의적이었지만, 상징성을 갖는다는 것은 어느 틈엔가 우리 모두에게 보편화된 욕구일 것으로 이해하였다. ■ 대지는 역시 절개면에 위치하고 있었다. 도서관의 후면인 이곳은 마스터플랜에 의하면 서문으로부터 강력한 축을 형성시키는 장소이며 이곳을 통해 남문으로 시작되는 보행전용 도로와 접속이 되어 잘만하면 뚜렷한 캠퍼스 축(campus spine)을 만들 수 있다고 즉각 느꼈다.남측에 위치한 절개된 산은 이미 나무들이 뒤덮었지만 아직도 아프게 보였다. 절개되어 평탄해진 면과 서문을 향한 어색한 경사면은 치유를 간절히 원하고 있었다. 이 땅은 회복되어야 했다. 트윈타워는 이 땅이 요구하는 형식의 건축이 아니었다. 더구나 보편적 가치(universality)를 추구하는 대학이 특별한 상징에 얽매여 고정된다는 것은 기본적 개념을 거스르는 일이었고 주변을 압도하며 솟아나는 타워의 형식은 민주사회의 형성을 목표 하는 대학의 본질적 속성에서도 배격해야 마땅하였다. ■ 나는 건축을 통해 지형을 회복하고자 하였다. 따라서 주어진 프로그램을 분석하여 여러 개의 단위조직을 만들어 이 매스들을 원래의 지형을 유추하면서 배열하였다. 그리고 마스터플랜에서 제시된 서문광장에서 시작되는 경사진입로를 건물의 내부로 끌어들여서 마치 계곡처럼 만들었다. 이 계곡은 이 건축의 가장 번잡한 장소가 되어 나뉘어 있는 두 부분들을 위와 아래에서 연결시킴으로써 대단히 다이내믹한 풍경을 이룬다. 사무동은 10층 높이로 올라 있지만 볼륨이 크지 않아 전체 조직을 위협할 수 없을 것이며 오히려 인접한 도서관의 큰 볼륨과 적절한 평형을 유지하며 주변의 안정을 이루게 할 것으로 기대하였다. ■ 건물의 옥상은 당연히 새로운 땅이 된다. 분절된 매스 사이의 깊은 마당들과 끊임없이 연결된다. 간혹 둥글고 네모진 볼륨들이 옥상 위를 점거하게 되어 그 내부공간에 대한 호기심과 더러는 의혹을 야기시킬 것이다. ■ 그렇지만 여기서도 건물의 형태는 결코 중요한 것이 아니다. 항상 중요한 것은 우리의 잠재적 의지를 발동시켜 행동하게 하는 장소의 가치이다. 물론 어떤 행위가 일어날지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적어도 지성과 낭만이 편만한 대학사회인 한 그 결과는 낙관해도 좋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여기서 확정적 성격은 없지만 적절한 크기와 위치의 장소들을 구축하는 일에 몰두하였으며 그 집합이 이 건축이라고 말할 수 있다. 물론 이는 이 땅이 원한 것이라고 믿었으며 시물레이션의 결과 지형은 새로운 가치로 회복되었다. 그렇다. 결국 이 건축은 땅이 만든 결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