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만교회

2009. 3. 04

예수님의 육신의 아버지인 요셉의 직업은 목수로 알려져 있으나, 영어로 그렇게 번역되기 전의 헬라어 성경 원전에는 TEKTON이라고 되어 있다고 합니다. 이 ‘텍톤’이라는 희랍어의 의미는 직조하거나 쌓는다는 뜻으로 오늘날 테크놀로지의 어원이 되기도 합니다. 이 텍톤에 크고 으뜸이라는 뜻의 희랍어인 ARCH를 붙인 것이 바로 건축이라는 영어단어, ARCHITECTURE가 됩니다. ■ 아마도 요셉은 목수라기 보다는(사실 나사렛지방에는 나무가 많지 않지요. 주로 돌로 쌓아 집을 짓습니다.) 석수쟁이 혹은 건축가였지 않았을까라고 저는 생각하곤 합니다. 목사님에게 혼날 각오를 하고 제 상상을 더 넓히면 예수님이 공생애를 사시기 전 아버지 요셉의 일을 도와 일을 배운 후 어쩌면 석수(TECT)에서 더큰일(ARCH) 을하시게되면서 ARCHITECT(건축가)가 되었지 않았을까요? 그래서 제가 곧잘 주장하는 대로, 건축은 우리의 삶을 조직하는 일이므로 당신 스스로 큰 건축가가 되시어 우리의 참 삶을 재조직하시도록 우리를 위해 죽임 당하시지 않았을까, 저는 그렇게 생각하곤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하는 건축이라는 일은, 제게는 한갓 직업이 아닙니다. 제게 맡겨진 성직입니다. ■ 저는 집을 설계하는 일이 항상 두렵습니다. 제가 설계한 집에서 살게 되는 이들이 그 집의 영향으로 나쁜 삶을 살게 된다면 저는 두 번의 삶을 살 수 없는 그분들에게 치명적인 죄악을 저지른 것이기 때문에 그러합니다. 그래서 짓기 전에 그리고 다시 지우고 하는 일을 수 없이 반복하게 됩니다. 더구나 교회당을 설계한다는 일은 너무도 두려운 일입니다. 영적인 삶을 가꾸기를 원하는 많은 이들이 잘못된 제 생각으로 지어진 교회당에서 오히려 영적 빈곤을 체험한다면, 저는 악마의 직업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지요. ■ 어디서나 하나님을 만날 수 있는 특권이 우리 크리스챤들에게 있겠지만, 교회당은 그런 특권을 가진 우리가 함께 그분을 만나는 공간이므로, 이 ‘함께하는 특별한 체험’이 ‘놀라운 은총’이 되도록 하는 게, 교회설계의 목적이라고 저는 늘 생각해 왔습니다. ■ 오늘날 이 땅에 교회의 숫자는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습니다. 그러나 그 모든 교회가 교회적으로 건축되어 있을까….저는 의문합니다. 오히려 일반건물보다도 못한 탐욕스러운 건물에 뾰쪽탑 하나 얹고 그 위에 붉은 십자가 붙여서 교회라고 강변하는 풍경은 차라리 애절하게 보입니다. 수천 수만 평의 엄청난 크기에 주변과는 완벽히 단절하고 온갖 가짜 장식을 덧대고 폐쇄카메라까지 설치한 교회건물을 보면, 나눔과 사랑은 커녕 분열과 증오를 먼저 떠올리게 되니 이는 교회적 교회가 되기 어려울 겝니다. ■ 성만교회의 설계를 의뢰 받고 현장을 방문하였을 때, 저는 벽면을 먼저 생각해 내었습니다. 벽은 우선 경계를 뜻합니다. 불의에 대한 경계일 수도 있고 속된 것, 추한 것 혹은 탐욕에 대한 경계일 수도 있습니다. 혹은 벽은 또한 우리가 의지할 배경도 됩니다. 경건한 공동체를 위한 터의 상징이며 우리가 신발을 벗어야 할 영역인 지도 모릅니다. 어떤 것을 상상하셔도 되지만 이 경계를 넘나들 때마다 우리가 마음 속에 가지고 있는 벽들을 떠 올리시기 바랬습니다. 어떻게 보면 이 벽면을 쌓은 수 많은 돌 조각들은 우리들의 모습인 지도 모르지요. ■ 이 경계의 벽은 틈으로 갈라져 있어 우리를 은근히 그 안으로 초대합니다. 마치 작은 마을의 골목길처럼 겸손히 우리를 받아 설렘과 두근거림 속에서 햇살 가득한 뜰로 들게 합니다. 그 뜰은 , ‘부르심의 기적과 응답의 은총’, 그런 마당의 풍경을 상상하면서, 크지 않았던 땅이지만 애써서 구축한 공간입니다. 이 교회를 출입하는 모든 이들이 만나고 헤어지는 이 마당에서는 항상 즐거운 종교적 축제가 벌어질 것입니다. ■ 이 마당을 둘러싸는 계단을 통해 위로 오르면 벌써 우리는 영적으로 충만해 있기를 원했습니다. 많은 숫자든 아니든 이 경사진 통로를 오르는 풍경으로 제의는 이미 시작된 것입니다. 그래서 교회당 내부로 들어가기 전이지만 우리의 마음은 이미 열려 있을 것입니다. 결코 가볍게 보이지 않는 문을 결단하고 열면서 내부로 들어가시지요. ■ 저 앞 강단 위에 수직으로 내려 꽂힌 벽은 빛으로 물들여져 있습니다. 아마도 아침에는 깊은 빛이 그 벽을 씻으며 교회당내부를 밝힐 것입니다. 그 수직의 가느다란 창에서 쏟아내는 빛 다발은 우리가 기대하던 약속일 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마치 마을처럼 옹기 종기 모여 있는 회중석의 모습과 함께 그 변화하는 빛은 아름다운 종교적 축제의 완성이 되길 원했습니다. ■ 아직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성만교회의 모습이지만, 제가 상상하고 있는 이 풍경은 여러분들이 체험 하시게 될 실제와 다를 지도 모릅니다. 그렇다고 하여도 언젠가 한번 쯤은 제가 꿈꾸던 방법대로 느끼시게 되시길 원합니다. 부디 그렇게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그게, 제게 모든 것을 맡기시고 저를 위해서 끊임없이 기도해주셔서, 저로 하여금 항상 승리하게 해 주신 성만교회에 속한 모든 교우분들에게 제가 받은 복을 조금이라도 돌려드리는 일임을 저는 잘 압니다. ■ 부족하지만, 한 없이 저를 신뢰해 주신 목사님을 비롯한 건축위원님들께 특별히 감사 드립니다. 혹, 영광이 있다면, 저를 architect라는 도구로 써주신 주님께서 받으셔야 마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