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템플스테이 통합정보센터

2009. 2. 03

불교건축이 현대건축에서 공백으로 기록된 까닭아 조선시대의 숭유배불 정책의 사유가 크긴 해도 현대에 이르러서도 불교계의 옛 것에 대한 과도한 집착은 오히려 불교의 본질에서 어긋나 있는 것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나를 이 건축의 건축가로 선택하느냐 마느냐는 그 족쇄에서 벗어나느냐 하는 중요한 순간이었다. 드디어 힘든 과정이 지나서 조계종의 지도자들은 진보를 택하고 이 건축을 받아들였다. ■ 그러나 나는 불교건축이 지향해야 하는 목표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믿었다. 그것은 비움이었으며 불교의 본질이었다. 그래서 비움은 모든 조건에도 불구하고 이 건축의 중요한 개념이 되어야 했다. 금강경의 한 구절은 이 건축의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 “凡所有相 皆是虛妄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若以色見我 以音聲求我 是人行邪道 不能見如來”(무릇 형상이 있는 것은 모두 허망하며 만약 모든 형상을 형상이 아닌 것으로 보면 곧 여래를 보리라….만약 사물로 나를 보거나 음성으로 나를 구하면 사람은 나쁜 도를 행함이며 여래를 볼 수 없음이라.) ■ 대지는 설계 전에 이미 조선시대 기와가마 터가 다량으로 발굴된 터라 가운데 많은 부분이 건축금지 지역으로 고시되었다. 불교계로서는 불행하게 여겨지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오히려 다행이었다. 타의에 의해서지만 대지의 중앙부분을 크게 비울 수 있었기 때문이며 자연스레 건축은 끝 부분으로 몰리게 되었다. 그래서 비움의 드라마틱한 시퀀스가 시작될 수 있었다. ■ 대단히 많은 마당들이 구성되어 있다. 여기에는 건축은 그 마당을 한정하는 요소일 뿐이며 이곳 저곳의 마당들은 스스로 존재방식을 가지며 서로 연결되면서 주변의 아름다운 풍경과 거주의 흔적을 담는다. ■ 재료 또한 나무와 돌과 홁이다. 결국은 땅으로 스며들어 사라지는 것들이다. 남는 것은 비움이며 그 속에 담겨 있을 기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