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화되는 건축

2003. 10. 01

건축지침에 제시된 내용은 그 자체가 건축의 언어로 읽혀진다. 그것도 참으로 좋은 건축이어서 주어진 숫자적 볼륨을 형태로만 치환하면 나의 임무는 끝이 난다고 믿는다. 따라서 한 올의 덧댐도 스스로 허용하지 않았다.
지층에서 허용된 추가 볼륨도 추가적 의미를 그대로 들어내기 위해 본체를 강조하고 투명한 피막을 덧대는 것으로 건축지침에 대한 자세를 지켰다. 강박관념일 수도 있다. 그러나 여기 이 땅에 세워질 뭇 건축가들의 다채로운 기량을 생각하면 이 건축은 그냥 배경으로만 남는 것도 중요한 일일 것이라 여긴다. 그렇다. 이 건축은 이 땅 속에서 풍화되길 원한다. 그래서 재료도 시간 속에서 변해가는 내후성강판을 또 고집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