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예술종합학교 마스터플랜

2001. 1. 27

‘한국예술종합학교 마스터플랜’ 이라는 프로젝트가 소위 PQ심사에 의한 입찰방식으로 용역 공모가 되었을 때 적지 않게 고민하여야 했다. 그런 방식으로 건축가를 결정한다는 것에 관해 마땅치 않게 생각한 것도 사실이지만, 소문에 의하면 그런 자격에 참가하는 이들끼리 이리저리 짝 짓기 하며 소규모 사무소를 운영하는 건축가의 참가자격을 그들끼리 제한하는 등 건축의 수임과정을 야채 팔 듯 희화화 시키는 작태를 비난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동참하여 왔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 프로젝트의 성격으로 보아 결과에 관계 없이 참가 신청이라도 해야 할 것 같은 강박관념이 들었던 게 사실이다. 게다가 이 입찰이 마스터플랜 작업에 국한하여서 인지 참가 자격도 그렇게 까다롭지 않아 난생 처음 신청을 한 것이었는데 그 강박관념이 행운을 나에게 던져준 것일까.. 뽑힌 후 계면쩍음을 금할 길 없었는데 실로 복권에 당첨된 기분이 그러할 것이다. 그리하여 한 달 반의 기간 동안의 마스터플랜 용역을 따게 된다. 그러나 마스터플랜을 완성하고 제출한 후 이 프로젝트는 기본설계와 실시설계의 용역을 또 다시 앞의 방법과 같은 식으로 입찰에 부치게 되었다. 마스터플랜 작업을 진행하면서 설계경기 방식을 줄곧 주장하였지만 공공 프로젝트의 경직성이 그렇게 못하게 한 것이다. 또 한번의 운을 기대하고 다시 입찰에 응하기 위해 여러 가지 우스운 서류들을 꾸며 참가 신청을 하였으나 이번에는 철저히 당하고 말았다. 이 큰 규모의 건축을 설계한 경험이 없다는 이유로 입찰하기 전날 입찰 참가 자격이 없다는 통고를 받아야 했다. 능욕 당한 기분이었다.
앞으로 어떻게 변할 지 모르지만, 그래도 이 마스터플랜의 작업을 하면서 나는 건축적으로 많은 소득이 있었다. 요즘 생각하고 있는 문제들을 모아서 정리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준 것이다. 최종으로 제출한 보고서를 토대로 이를 밝힌다.

한국예술종합학교
한국예술종합학교는 지난 1993년 문화부 관할의 국립대학으로서 엘리트 예술인을 만들기 위해 음악원이 개원한 이래 연극원, 영상원, 무용원, 미술원 그리고 전통예술원을 차례로 개원하여 현재 6개 대학 체제를 갖춘 예술 학교이다. 기존의 여러 건물들을 빌려서 쓰다가 지난 99년 예술의 전당 내에 음악원과 무용원 및 학교본부가 사용하는 서초동 교사를 김석철 선생이 설계하여 완성하고 비로소 시스템에 맞는 시설을 갖추기 시작한다. 그러나 이 서초동 교사는 단일 건물이어서 캠퍼스라는 환경을 갖추기에는 적합한 것은 아니다. 연극원과 영상원, 무용원, 미술원의 4개원이 모이는 석관동 부지가 본격적인 캠퍼스가 되는 셈이었다.
석관동 캠퍼스는 현재까지 국정원의 일부 부지와 건물을 할애 받아 사용하여 왔으나 면적도 부족할 뿐 아니라, 무엇 보다 예술 교육 용도로 지어지지 않은 공간이 교육의 내용을 불합리하게 좌우하는 위험이 누적되어 왔다. 그러던 중 바로 옆의 차량기지로 사용하던 국정원 부지를 추가로 할애 받고 기존의 기숙사나 연구소 등도 이전하기로 하자 전체 부지를 대상으로 본격적인 시설계획을 수립하게 된다.

예술학교
예술이 왜 중요한가. 진부한 질문이긴 하지만 이 질문에, 1967년 독일의 국가평의회는 다음과 같이 선언하였다. ‘ 예술은 바로 이러한 사회주의적 인간상을 제시하고 그러한 인간상이 사람들에게 추구할 만한 것으로 비치게끔 만든다는 점에서 사화를 유지하고 발전시키는데 필수 불가결하고 대체 불가능한 정신적 수단이다.’ 나는 이 글귀 중 ‘예술이 사회주의적 인간상을 제시’한다는 부분에 적극적인 동의를 표한다.
이미 장르가 해체 된 현대 예술은 전통적으로 중심적 과제였던 오브제 마저 붕괴시켰고, 사회 또한 단일 중심의 권위적 조직에서 다원적이고 탈집중적 사회로 전이한 지금은, 전체 보다는 개체가 전부 보다는 일부가 더욱 가치 있는 시대이다. 바야흐로 모든 가치가 재편되는 새로운 시대에, 선생이 학생에게 예술을 전수하는 행위가 주된 프로그램이 되는 학교는 더 이상 ‘예술적’이 아니라는 것이다. 예술을 생산하는 이와 향유하는 이들이 하나의 장소에 모여 언제나 새로움을 발견하게 되는 일, 소위 살아 있는 문화행위 자체가 이 예술학교가 가져야 하는 핵심적 사명이어야 한다는 이해에 이르게 되면서 이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석관동 산 1-5 번지
석관동 산 1-5로 지번이 되어 있는 땅은 서울 도심의 북동측에 위치해 있다. 정보부가 이 땅을 점유하여 현재 국정원의 이름으로 사용하기까지 이 땅은 오랫동안 일반인들에게는 접근불가의 영역이며 지도에서는 거의 공백으로 표기된 곳이다. 주변의 개발은 엄격히 금지되어 왔었고 따라서 60년대의 풍경에서 정지된 상태로 남아 있을 수 밖에 없어 대단히 낙후된 지역이다. 그러나 최근 멀리서부터 고층 아파트들이 난립하기 시작하고 있어 절대권력권인 이 땅마저 언제라도 삼킬 듯이 노려 보고 있다. 천민 자본주의가 절대권력보다 센 것인가. 아마도 이 프로젝트가 주변지역 개발의 성격을 정의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더욱이 이 땅이 중요한 것은 사적지 의릉의 경내라는 것이다. 의릉은 조선조 20대 임금인 경종과 계비 선의왕후의 능이다. 물론 이 의릉도 안기부의 서슬에 일반인들이 방문하기를 지극히 꺼리던 곳이다. 여기에서 시설의 배치를 결정하는 중요한 축을 발견하게 된다. 바로 의릉의 배치축과 좌청룡의 지형축이 그것인데 이 캠퍼스 뿐 아니라 이 지역 전체의 방향을 정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부지의 남동측에 있는 천장산을 비켜서 멀리 보이는 북한산과 도봉산의 산봉우리의 풍경은 압권이다.
이 땅의 주변은 오랫동안 개발이 유보된 까닭에 문화적으로도 불모지여서 새로운 문화시설이 갖는 잠재력과 그 영향력은 대단히 크다. 어쩌면 이곳은 서울의 동쪽 지역을 배경으로 하는 새로운 문화적, 예술적 도시를 형성할 수 있는 적지이다. 더구나 역사적 사적지인 의릉과 그 주변, 학교내의 공연장, 전시장 등 복합문화시설, 만약 건너편의 정보대학원도 문화예술의 목적으로 전용된다면 그 규모나 환경으로 볼 때 강남의 예술의 전당에 비견할 새로운 거점이 될 수도 있다.

22.000평
시설은 2002년을 목표년도로 학생수 1800여명과 교직원을 합하여 약 2000명을 기준으로 하여 약 22,000평의 전체 규모가 필요하였다.
전체 시설은 크게 세가지 성격의 영역으로 구분 되는데 첫째가 연극원, 영상원, 미술원, 전통예술원의 개별적 고유 교육영역이며, 둘째는 공동실습시설로 작업장과 실기시설 군, 다른 하나는 복합문화시설로 600석 규모의 중극장과 100석의 실험극장, 400석의 트러스트 극장 그리고 전시시설, 도서관 등으로 구성 된다. 이 복합문화시설은 일반에게도 개방될 수 있는 중추적 문화시설이며 이 학교의 상징적 시설이다.

개념 만들기
-땅으로부터
서울의 지세가 명확하게 표시된 옛 지도는 때때로 우리에게 대단히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더구나 의릉은 참으로 명확하게 표시되어 있다. 삼각산에서 뻗어나온 줄기인 천장산이 두 갈래로 나뉘면서 중랑천 앞에서 그 지세의 발달이 멈추고 있으며, 의릉은 그 가운데 핵처럼 돋은 명당에 위치하여 배산임수의 형국을 가진 소위 전형적 길지의 지형이다. 이 의릉의 좌청룡에 해당하는 줄기가 계획대지를 관통하며 내려온다. 현재의 국정원의 기숙사와 사격장, 차량기지가 조성되면서 이 천장산의 줄기가 훼손되어 그 지형이 변해있다. 이 건물들은 문화재보호법으로 보아 불법 건축물들이다. 이들에 의해 훼손된 지형을 건축을 통하여 상징적으로 복원하는 것. 이것이 중요한 개념의 시작이다. 따라서 원래의 지형을 유추하고 그 지세를 따라 건물의 배치를 이룬다.
여기서 의릉의 배치축을 계획에 대입하는 것은 의릉이 갖는 위치적 성격으로 보아 중요한 일이다. 진입 동선을 이 의릉 배치축과 직교하게 하여 지세에 따라 배치된 건물 배치축과 만나게 한다. 이로써 의릉의 의미와 천장산의 흐름을 건축을 통해 다시 연결된다.
-주제로부터
예술의 장르 구분은 이제는 무의미할 정도로 현대의 예술에 대한 정의는 포괄적이다. 더구나 주어진 시설의 프로그램은 공용시설과 원별 시설로 대별된다. 이 공용시설을 될 수 있는 한 확대 적용하여 모든 시설을 공유하여 상호 충돌을 유발하게 하자는 것이다. 이는 부수적으로 공간을 절약하게도 한다. 무엇보다도 각 원간, 각 전공간의 교류를 활발히 전개하여 새로운 가능성을 열게 한다. 총괄적인 예술의 행위가 발생하며 종합적인 이벤트가 쉽게 일어 나게 된다. 따라서 공용시설은 각 원들의 하부구조(infra structure)가 되며 어디서나 쉽게 접근이 가능하게 배치되고 하나의 시설로서 인식된다. 이는 학교의 가장 강력한 이미지를 구현하여 학교의 성격을 분명히 나타낼 수 있을 것이다.
-세 가지 라인
전술한 개념의 추출작업에서 나타난 이미지를 다이어그램화 하면 세 개의 선을 유추할 수 있다.
-기존 대지 선 / 현 대지에는 기존의 라인인 대지선(ground line)이 존재한다. 이 선이 만드는 레벨은 기숙사와 차량기지 등을 건축함으로써 생긴 훼손된 지형의 결과이다. 이 선은 차량의 이동이나 서비스 등의 동선으로 쓰여지며 전체학교를 지원시설이 소유한다.
-인공지형 선 / 기존 대지 선 위에 새로운 선을 삽입한다. 이 레벨(campus activity line)에서는 캠퍼스의 모든 활동이 집중되며 인공 지형인 데크를 형성하게 된다. 이 데크는 공용시설들을 수용하는 가장 상징적인 공간이다. -복원지형 선 / 은유적으로 옛 지형이나 천장산의 흐름을 연상하게 하는 이 topography line은 각 원들이 낮은 타워를 통해 만드는 선이다. 이 선은 경직되어 있지 않으며 자연스러운 스카이라인을 형성하도록 한다.
-culturescape
장르의 해체는 기존 권위의 붕괴를 의미하며 새로운 창조를 뜻한다. 기존의 전지 전능한 질서는 이미 환상으로만 남게 되며 모든 것이 또 다른 가능성을 탐색하는 공간으로 전환된다. 건축에서는 모든 가능성에 대한 잠재력을 가진 장소가 절실하다. 이를 건축적 조경이라고 하고 요즘 내가 즐겨 쓰는 용어인 문화풍경/culturescape으로 불리는 게 좋다. 이 culturescape는 새로운 땅이며 새로운 장소이자 건축이고 새로운 질서이다. 이 바탕 위에 각 원별 시설이 서게 된다.
이 culturescape라고 불리는 데크 속에는 기본적으로 학교의 모든 공용시설을 수용한다. 각 원별로 주로 사용하지만 서로 공유하기 위해 모두에게 개방되어 있으며, 도서관이나 학생회관, 대학본부까지 별도의 건물로 있지 않고 하나의 단위 조직으로서 이 속에 있게 된다. 이 지하1층 지상2개 층으로 이루어진 데크의 조직은 마치 작은 도시와도 같다. 때로는 미로처럼 얽혀 있는 이곳은 좁은 골목길에 붙어 있는 주거지이거나 좁은 가로를 형성하는 작은 마을로 인식되어 진다. 중극장이나 트러스트 극장, 전시시설 등 일반인에게 개방되는 시설들도 이 culturescap의 일부로 있어 이 곳의 문화적 기능을 더욱 강조하게 된다. 이들은 서로 다른 표정을 가질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이 데크와 긴밀한 연결을 취하고 있다.
이 모든 시설을 엮는 가로를 campus spine 이라고 칭했다. 이 campus spine 은 천장산의 지세가 흐르는 방향으로 축을 설정하여 있으며 이 작은 도시의 주된 가로이다.이 길을 지나면서 가로변에 배치된 모든 예술의 공간들을 만나게 되며 곧 이 예술의 도시를 강력히 인지하게 될 것이다.
-void
culturescape의 가장 큰 특징은 데크 상부에 있다. 이 데크 상부는 건물의 지붕이 아니라 새로운 땅이며 장소이다. 이곳은 조경의 장소로도 쓰이지만 어디까지나 학교의 모든 외부활동이 집합되는 장소이다.집회가 이곳 저곳에서 이루어지며,연주와 공연이 수시로 일어나게 되고 전시나 각종 이벤트들이 다발적으로 발생하게 된다.혹은 혼자서 머무를 수도 있으며 사유할 수 있는 고요함도 있다. 말하자면 실내의 공간이나 관습적 공간으로 수용할 수 없는 모든 사건을 담는 중요한 장소이다. 이렇듯 이 장소는 딱히 특정한 목적을 지정해 있지 않다. 시간에 따라 새로운 가능성이 같은 장소에서도 발견될 수 있으며 어제의 사건이 오늘 부정될 수도 있는 특별한 장소이다. 소위 불확정적 장소이며 urban void이다.
이를 위해 이 장소는 때로는 평면이지만 때로는 경사이기도 하고 혹은 언덕일 수도 있다.모든 예술적 사유와 행위에 대한 하부구조 ( Infrastructure )로 인식되도록 계획되었다.

solid
천장산의 지세가 시설물 배치의 기본축이 되며 campus spine이라고 하는 4개층에 걸친 주 가로를 설정한 후 그 동쪽에는 공용시설이 조직된 데크를 두고 서측에는 낮은 타워로 올라가는 각 원들을 배치하여 결과적으로는 이 저층의 타워들이 매스로만 인식되도록 하였다. 이 solid한 건물들은 지형의 세력을 연상하도록 비교적 자유로운 배치를 가진다. 또한 이 건물들은 배후의 주거지를 구성하는 가로망의 불규칙한 조직이나 스케일과도 관련이 있다. 그러나 동시에 각 원들의 특성을 나타낼 수 있도록 구체적 디자인 단계에서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이 건물들 사이에 형성된 void들에 멀리 북한산의 아름다운 실루엣이 담기곤 한다. 참으로 인상적일 것이다.
주출입구 주변의 광장( +31 level )에는 외부에 개방되는 복합문화시설을 배치하였으며 이는 후면의 부출입구에서도 접근이 용이하다. 이 복합문화시설의 위치에 따라 연극원과 전통예술원도 인접한 곳에 배치하였다. 이에 따라 연극원은 기존의 기숙사를 일부분으로 사용하게 되는데 연극원의 기능과 목적을 저해하지 않도록 적극적인 개보수가 필요하다. 같은 방법으로 전통예술원도 철골조인 기존 연구소를 개조하고 남측에 1500평을 신축하여 대공간이 필요한 실들을 수용하였다. 이 기존 시설물의 전용은 공용시설의 배치에 따른 근접성 때문에 원별 배치를 제안한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 원별 조정으로 배치에 가변성이 있을 것을 감안하여 공용시설과의 연결을 최대한 독립시켰다.

흐름
차량동선과 보행자 동선은 수직적으로 분리된다. 의릉에서 연결되는 주 출입공간과 배후 주거지역에서 연결되는 부출입을 잇는 폭 8m도로가 대지를 관통하는 주도로가 된다. 이 도로를 이용하여 차량의 진출입이 형성되며 영상원을 돌아 나오는 6m도로와 초등학교 부분에 설정한 부출입과 연결되는 6m 도로와 연결 되어 모든 시설에 대한 서비스 접근이 가능하도록 하였으며 이 도로변을 따라 소요되는 주차용량을 분산 시켜 차량의 집중현상이 일어 나지 않도록 하였다. 복합문화시설의 하부에는 옥내 주차장을 배치하여 공연이나 행사시 활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보행자는 입구에서 완만한 경사로를 따라 35레벨인 데크 상부와 9m 폭의 campus spine에 도달하거나 31 레벨의 광장으로 접근한 후 다시 campus spine으로 들어 오게 된다. 위의 두 레벨은 26.5레벨에서 일어나는 차량동선과 수직적으로 분리되어 자유로이 보행할 수 있으며 부 진입측이나 천장산 측으로 열려져 있어 모든 기능들과 긴밀히 연결된다.
데크 내에서는 campus spine과 직교하는 여러 개의 작은 가로가 있다.6m 폭의 외부에 면한 도로가 큰 도로이며 3m폭의 작은 골목길도 있다. 이 두 길을 통해 수평과 수직을 연결하며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어진 내부 조직도 다시 3m 폭의 통로 속에 수직 수평으로 연결되는 도로망을 형성한다.

materiality
외부나 내부에 사용되는 재료는 단순히 공간과 구조를 감추는 기능 만을 가지고 있지 않다. 재료가 가지는 물성은 그 건축의 정신을 나타낸다. 재료의 물성과 건축 개념의 일치는 불가분의 관계이며 건축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통제가 필요하다.
이 프로젝트는 건축을 오브제적 관점에 두지 않고 있음을 강조해 왔다. 따라서 재료의 물성도 이 캠퍼스 속에서 이루어 지는 모든 행위를 담는 배경으로서의 가치를 지녀야 하며 시간과 함께 변하고 익어가는 성질을 필요로 한다.
예를 들어 노출 콘크리트는 중성적 물성을 가지면서 모든 행위의 좋은 배경이 되며 반드시 성실한 설계와 엄밀한 시공을 전제로 하는 진지한 재료이다. 코르텐 강이라고 부르는 철재는 철이 산화하는 것을 역이용하여 내구성을 높인 재료이며 시간이 흐르면서 그 모습이 변하는 과정을 보여준다.목재는 전통적으로 친근하고 따뜻한 재료이다. 이 목재는 내구성을 감안하여 적절히 사용을 함으로써 따뜻한 풍경을 만든다.
이들은 다른 재료에 비해 비교적 저렴한 가격의 재료이다. 이 주된 재료 외에도 콘크리트 블록이나 콘크리트 PC판 등과 같이 개념에 부합하는 물성을 가진 재료가 건축물의 내외부나 바닥판,조경 등에 사용된다.

이미지
이 학교는 특별한 오브제적 상징을 필요로 하지 않음을 강조하고 있다. 한 건물의 조형이 만드는 상징 보다 전체의 조직을 만드는 일이 중요한 목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체 캠퍼스를 통하여 획일적 이미지를 가지는 것을 배제한다. 부분의 특수성이 존중되어야 하며 개별이 갖는 가치가 간과되어서는 안 된다. 특히 각 원별 건축에서 각 원의 특징이 나타나는 일이 중요하다. 그것은 건물의 유형에서, 스케일에서, 공간의 조직에서, 재료의 쓰임에서 나타나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모든 조형은 장소를 만드는 데 기여하여야 한다는 것이며 반드시 주변의 컨텍스트 속에 있어야 할 것이다.
” 내가 유리씨즈을 읽기를 좋아하는 것은 어떤 페이지를 열든 지, 어디에서 읽기를 시작하든 지 그 소설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내가 좋아하는 도시는 이와 같이 어떤 낯 선 곳에서 있게 되더라도 그 도시를 이해할 수 있는 도시이다./ 발터 벤야민”

확장계획
캠퍼스의 수직증축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유보용지는 학교의 장래 확장을 위해 우선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부지이다. 배후의 주거지역이 앞으로 재개발이 진행될 가능성이 농후하므로 이 지역의 개발은 장차 학교의 시설확충에 적극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예를 들어 기숙사 건립은 이 주거지역 재개발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뿐 만 아니라 이곳에 캠퍼스 타운이 조성되어 장차 예술인 촌으로 발전하여 문화의 생산기지가 학교 외에서 발생할 수 있으면 한국예술종합학교의 의미는 더욱 확대될 것이다. 이 때 학교 내의 복합문화시설은 이 강력한 문화지대의 최중심적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