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솔병원

2001. 1. 27

폭이 50m나 되는 송파대로에 면해 있는 이 병원은 3층 규모의 상가시설을 리노베이션 한 것이다. 원래는 이를 허물고, 7층 기존병원에 붙여서 거의 같은 규모로 증축하기로 한 것이었으나 설계 도중에 증축 규모를 줄여 나가다가 기존 건물을 차라리 개수하여 쓰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판단을 하게 되었고 모자라는 부분은 일부를 옥상에 증축하기로 하였다.
이 건물은 원래 이 지역이 개발될 초창기에 세워진 근린상가 용도여서 전체 용적은 작지만 대지가 허용하는 한 최대의 건폐율로 세워졌고 내부 평면도 최대의 임대면적을 갖기 위해 가운데 계단실을 두고 각층을 두 부분으로 분할하고 있었다. 세장한 대지 경계에 법규가 허용하는 건축선에 맞추다 보니 평면형식도 비교적 반듯하여 교정할 필요가 없었던 것도 개수하기로 한 원인도 된다. 더욱이나 기존 7층 병원이 있는 땅과 크기나 모양이 비슷한 까닭에 두 건물을 연결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따라서 이 리노베이션 작업에서 공간적 의미가 중요한 것이 아니게 되었고 송파대로라는 큰 길에 면한 가로의 풍경이 주된 관심이 된다. 물론 병원이라는 고유의 성격상 각 부분의 공간의 크기를 결정하고 연결하는 일은 대단히 중요하며 병원 건축에 많은 경험이 있어도 이를 위한 시간의 투자는 불가결 하다. 그러나 주어진 평면의 틀 안에 이를 배치하는 일은 수학적 일일 뿐이다. 이러한 한정된 범위에서의 작업의 관심은 내부의 풍경을 어떻게 만드느냐에 있다. 결국 이 프로젝트는 내부나 외부나 풍경에 대해 초점이 맞추어 진다.
50m폭의 대로변에는 플라타너스가 조밀하게 심어져 있어 녹음이 지면 건물의 외형은 1층을 제외하고는 인지되기 어렵다. 따라서 1층 부분과 윗 부분은 다른 표정을 갖는 것이 바람직하게 생각되었다. 가볍게 떠 있는 블랙박스가 플라타너스 나무들의 배경이 되어 둘 사이의 관계가 수시로 변하는 풍경이 바로 이 건축의 주된 테마가 된다. 물론 겨울철 나뭇잎이 없을 때 거의 50미터 길이의 이 블랙박스는 이 거리의 의미심장한 물체가 될 것이다. 주변 보다도 낮은 매스이기 때문에 오히려 큰 긴장을 유발할 것으로 생각하였다.
재료는 요즘 자주 쓰는 코르텐 강이다. 역시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이 재료는 플라타너스 나무와 건축과의 관계를 더욱 드라마틱하게 설명할 것이다.
내부에서 외부의 풍경은 리드미칼한 배열의 창에 의해 순간적으로만 보인다. 이는 물론 프라이버시를 중요시하게 되는 병원이라는 특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외부 풍경 자체가 여기서는 조악한 까닭에 이를 파편화 시키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이었다. 내부의 재료나 색채 그리고 가구도 되도록 이런 풍경을 위한 배경으로 간주 되도록 중성적 공간으로 만들어 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