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a Culture Center

국립아시아문화전당
Gallery
완공년도2005
위치광주
연면적142,718m²
완공년도2005
위치광주
연면적142,718m²

비위계적, 다원적 도시구조의 이상
서구의 건축과 도시는 위계적 질서, 도심/부도심의 구분, 상업지역, 공업지역, 주거지역 등의 기능적 분할에 토대를 두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와 반대로 페즈나 마라케시 같은 도시는 중심축이나 위계구조 없이 끝없는 미로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이 도시를 만든 이들은 이슬람교도들로, 알라신과 이들 사이를 다스리거나 분류하는 아무 계층도 존재하지 않는다. 개인은 신과 직접 관계를 형성하며, 그러한 이들은 모두가 평등하고 자신의 정신적, 공간적 중심을 갖는다. 따라서 도시는 이러한 개별 중심들의 집합체일 뿐이며 그들을 집합시키는 어떠한 각본이나 이론이 있을 수 없다. 그 구성요소의 크기는 다를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모두 동등하다. 전체도시는 그 구성요소들의 존재나 중요성을 위태롭게 하지 않는다. 이러한 도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전체를 답사할 필요 없이 한 부분만 눈여겨보면 된다. 전체도시가 구성요소 안에 들어있는 것이다. 발터 벤야민이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를 설명하기 위해 언급한 도시, 즉 “어떤 낯선 곳에 들어가더라도 이해가 되는 도시”가 바로 이런 도시다. 리차드 세네트도 유사한 언급을 한 적이 있다: “다원적 민주주의는 현대도시와 아주 유사한 측면이 있다. 도시가 균질적인 정주공간을 제공하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는 아리스토텔레스가 시노이키모스(synoikimos)라는 말을 통해 전하고자 한 내용으로, 혈연, 경제적 이해, 정치적 관점 등 다양한 측면의 차이들이 한데 어우러지는 것을 말한다. 다원적 민주주의는 또한 특별한 물리적 형상을 갖고 있다. 이 민주주의적 비전은 거대하고 집중적인 건물들이 표현하는 상징보다는, 뒤범벅된 공동체 속에 여러 가지 언어가 적층된 건축을 선호한다. 베를린의 알렉산더플라츠와 같은 대규모의 도시개발을 지양하고, 도시 전체에 걸쳐 느리고 비균질적인 성장을 꾀하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다원적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형상은 전체로서의 도시를 표현하는 이미지를 철저히 부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소도시 아시아문화전당은 바로 이러한 도시를 지양하며, 여러 아시아 문화권과 예술 장르 사이에 위계적 관계를 두지 않고 다원주의와 민주주의의 이상을 추구하도록 하였다.

공간에 담는 기억의 집적
518 민주화운동은 추상적인 역사가 아니다. 민주화운동을 비롯한 광주의 여러 사건들과 일상적 삶에 대한 기억은 그러한 사건들이 일어났던 장소에 직접적으로 연계되어 있다. 민주화운동 당시 군부독재에 마지막까지 항거했던 장소인 전남도청, 민주화운동의 메시지가 전파되었던 금남로, 그리고 크고 작은 건물 사이사이의 샛길 등, 이러한 공간들에 우리의 생생한 기억들이 담겨있다. 이러한 물질적 장소들이 도시적 사건과 일상적 삶이 펼쳐졌던 배경인 것이다. 도시풍경은 우리 기억의 일부다. 민주사회를 위한 문화도시라 할 수 있는 아시아문화전당은 광주에 대한 역사, 사회, 문화적 기억 속에서, 그리고 대지내에 담긴 구체적인 기억들을 바탕으로 건립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