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ju Bookcity

파주 출판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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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공년도1999
위치경기도 파주
완공년도1999
위치경기도 파주

지난 98년에 런던 1년 체재를 염두에 두고 떠나기 전 출판조합의 자문회의에 참석한 적이 있었다. 그들로부터 이 도시의 건립추진 과정과 마스터플랜에 대해 설명을 들은 후 내 의견을 말하는 차례가 되어 이 막대한 일의 추진을 위해서 건축 코디네이터의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나는 서울을 떠나는 입장이었으니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했던 것이다. 그러나 내가 런던으로 떠난 몇 개월 후 건축 코디네이터를 맡아 달라는 전갈을 받게 된다. 서울에서 지리적으로 떨어져 있는 나의 입장을 설명하였으나 결국 민현식선생과 같이 더블 코디네이터로 임무를 맡게 되어, 나와 이 도시와의 적극적 관계가 시작되게 되었다. 우리는 명확한 개념설정을 위해 건축지침을 만들 것을 제안하고 조합의 동의를 얻어 이 작업을 위한 팀을 구성하였다. 런던에서는 나와, 이와 같은 일에 경험이 많은 프로리안 베이겔 교수가 참여하고 서울에서는 민현식, 김종규, 김영준 세 분으로 팀을 이루어 6개월간의 작업을 하게 된다. 원래 우리에게 부과된 임무는 이미 만들어진 마스터플랜을 바탕으로 많은 건축물을 설계하고 짓는 일을 조정하는 것이었다. 오랜 기간동안 수 많은 곡절을 거치며 완성된 마스터플랜에 의해 토목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시점이었으나, 지식과 문화의 공동체인 출판도시의 정체성을 더욱 굳게 하고 더욱이 이 도시가 놓이는 아름다운 장소를 그대로 건축화 하기 위해서는, 이 도시의 본질적 개념과 목표를 보다 뚜렷이 할 필요가 있었다. 마스터플랜을 다시 검토하기 시작한 것이다. 오늘날 서구 건축계에서는 이 마스터플랜이라는 단어는 도시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 더 이상 유용한 단어가 아니다. 마스터플랜이라는 과정을 거쳐 많은 신도시들이 탄생되었지만 그 도시들은 예측하지 못했던 수 많은 문제를 노정하며 애초에 내걸었던 보랏빛 미래의 청사진이 참으로 찾기 어려운 헛된 것임을 알게 된 것이다. 우리의 미묘한 삶은 워낙 깊고 넓으며 측량키 어려운 까닭이었다. 지난 세기 우리의 땅에 지어진 신도시들의 모습도 어느 곳이나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개발이 최대의 지상과제처럼 강요된 파행적 지난 시대에 급조되었던 그 정체불명의 도시와 건축이 그 천박한 몰골에도 불구하고 마치 우리 도시들의 교과서처럼 인식되고도 있는 게 사실이다. 자본의 축적과 용도의 구분 혹은 소유와 기능에 집착하는 그런 도시가 출판도시의 목표가 아닐 것이라고 믿었다. 따라서 새로운 시대에 문화공동체를 그리는 새로운 도시를 위한 새로운 전범을 우리는 찾아야 했다.

프로리안 베이겔교수는 ‘ 특별한 불확정성( Specific Indeterminacy )’ 라는 단어로 이 새로운 도시의 모색을 위한 단서를 제공하였다. 이 말이 의미하는 바는, 예측할 수 없는 우리의 삶으로 말미암아 발생하는 예측하지 못했던 행위가 가능한 한 수용되도록 그 공간과 건축은 바탕으로만 만들어 져야 하며 도시는 이를 위한 건축적 하부구조를 성실하게 제공한다는 개념이다. 다시 말하면 ‘의도된 비움’ 을 만든다는 것이다. 건축을 하되 채우는 것 보다는 비우는 것을 먼저 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 개념은 비단 프로리안 교수 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었다. 내가 일년을 런던에서 거처하면서 보고 들은 바에 의하면 서양의 건축가들이 요즘 주로 사용하는 단어가 이러한 불확정성, 모호함 혹은 여백 등이라는 것이었다. 몇 해 전 밀란 쿤데라가 ‘느림’ 이라는 제목의 소설을 발표했을 때 적잖이 씁쓸했던 것을 기억한다. 이런 용어들은 원래 우리가 즐겨 사용하던 것이 아닌가. 우리가 지난 시대 이런 용어를 구악으로 간주하여 그 사용을 금지시키고 서구인들이 가르쳐준 사상과 기술에 매달려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내맡기고 있을 때 그네들은 우리의 선조들이 지혜롭게 사용하던 그런 용어들을 체득하고 그네들의 새로운 삶을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사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옛 도시를 만든 선조들의 관념은 부정적 태도에서 비롯하였다. 즉 만들지 말아야 할 것, 침범해서는 안될 것 등등을 먼저 정하고, 비운 다음에 채우기를 시작하는 태도라는 말이다. 혹은 그 비움을 위한 경계를 삼고자 집을 지은 경우도 허다 하다. 그렇다. 여기에서 우리의 출판도시를 위한 실마리가 발견 된다. 비움. 여백 만들기. 새로운 삶을 그리는 출판도시의 개념은 바로 여기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심학산과 한강은 이 땅의 중요한 지리적 특징이다. 자유로로 인해 격리될 수 밖에 없는 심학산과 한강을 시각적으로 연결하기 위하여 집들의 사이들을 비우게 하였다. 비움으로만 보면 공간적으로도 연결되는 셈이다. 이 규칙은 이 도시의 가장 큰 건축적 특징을 제공하여 각 건물내부의 공간구성에까지 영향을 줄 것으로 생각한다. 모든 집들에서 한강의 줄기를 보거나 산을 보거나 혹은 샛강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집들 사이의 개별공간마저 때때로 공동의 생활을 위해 비워져 있다. 특히 녹색의 복도라 이름지은 공통생활권은 한강과 심학산을 강력히 연결시키는 축이 되지만 역시 비워져 있다. 갈대가 무성한 샛강의 보존은 참 중요한 이 도시의 과제다. 아마도 이 도시의 상징적 풍경으로 우리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던져 줄 대 자연인 것이다. 이를 위해 샛강에 면한 땅들의 건축영역을 줄이고 비웠다. 건물의 외부 공간만을 비우게 한 것이 아니다. 이웃 간의 긴밀한 통로나 비밀스런 골목길을 만들기 위해 건물의 내부 마저 때로는 비우게 하였다. 이러한 비움이 간혹 개인이 소유한 땅을 다소 침범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한 비움을 가진 건축이 결국은 그 속에서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대부분의 땅은 쇄석이나 들풀 등과 같은 자연재료로 덮이고 갈대가 샛강 주위를 채워 가능한 한 습지의 생태가 살 수 있도록 만든 까닭으로 대체적으로 야생적 환경이 이 도시의 분위기를 지배한다. 물론 나무 역시 가로수로서 보다는 군락으로 있다. 어떤 건물은 때로는 거대한 암반처럼 갈대 속에 놓여 있게 되며 어떤 건물은 샛강을 따라 춤추듯 배열되고 더러는 하나의 언덕처럼 보이는 것도 있다. 특히 오후 늦게, 서가처럼 배열된 건물들 사이로 밀려오는 석양의 아름다운 붉은 빛들이 샛강의 수면에 부딪혀 이 도시를 적실 때 이 도시가 가질 지극한 아름다움을 상상하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공동성의 실천
나는 이 건축지침을 완성한 후 귀국하여 김영준씨와 함께 코디네이터로서 이 건축지침을 실행하는 일을 계속하게 된다. 전체 28만평의 부지 위에 150여 개의 건물들을 동시에 설계하고 시공하는 일은 정교한 기획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 분명하다. 나는 전체 부지를 21개의 지역으로 분할하여 이를 담당하는 건축가를 조합과 의논하여 선정하였다. 섹터 아키텍트라는 이름으로 이 일에 동참한 건축가들과 상의하여 개별 건축을 설계할 건축가들을 선정하여 전체 35명의 건축가들이 이 출판도시를 만드는 일에 참여하게 된다. 그 중에는 외국 건축가 8인이 포함되어 있다. 이들은 모두 국제적으로 인정 받고 있는 젊은 건축가들이다. 우리는 그 동안 두 차례의 전시회와 심포지엄을 가졌으며 현재 설계가 진행 중이거나 착공 중에 있다. 1차 전시회의 서문을 여기 옮겨 적는다.

공동성의 가치에 대한 질문 – 파주출판도시 1차 건축가 그룹 전시회를 열며
지난 20세기는 세기말적 위기를 모더니즘이라는 새로운 시대적 믿음으로 극복하며 시작한 시대였다. 이 모더니즘은 그 이전 세기에 이루었던 시민혁명이 가져다 준 정신적 토대와 산업혁명이 제공한 기술적 바탕 위에 서서 우리 인류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안겨 주면서 무한한 번영을 꿈꾸게 하였다. 그러나 그 결과는 우리의 소망과는 달리 역사상 어떤 다른 세기보다도 더욱 참혹한 재앙을 기록하며 마감하고 말았다. 양차 세계대전의 참화는 말할 것도 없고 이념으로 인한 분쟁, 종교끼리의 반목, 민족간의 대립, 계층간의 불화는 우리의 앞날을 지극히 회의하게 한 것들이다. 심지어 절제하지 못한 인간의 탐욕이 자연을 착취한 결과 드디어 자연으로부터도 소외되고 추방되는 위기를 맞이하여 있는 게 우리의 지금이다. 한편으로는, 자본주의에 바탕을 둔 전 지구적 경쟁체재에서 이 세계는 바야흐로 만인 대 만인의 투쟁의 장소로 변하고 있다. 세계화의 바람은 국가도 개인을 보호할 수 없는 시대에 우리를 살게 하고 있다. 이러한 삶 터에 살아 남기 위해 도구가 목적이 된 물신주의는 우리로 하여금 우리의 사회와 사회의 구성원에 대한 불신과 배타적 습관을 누적케 하여 우리를 더욱 파편화 시키고 단말마적 삶을 살게 한다. 이러한 위기에 대한 인식은 집단적 이기주의를 급속도로 잉태하여 우리 사회를 닫게 만들고 그들 사이의 갈등은 점차 고조되고 있다. 우리를 더욱 주목하게 하는 것은 정보화라는 새로운 단어이다. 더욱 빠르고 유용한 정보의 획득이 새로운 삶의 가치라는 과신은 우리를 폐쇄된 공간에 몰아넣어 우리를 현실로부터 이탈시키고 우리를 분열시켜 결국 파편화 할 위험이 혹 있지 않은가. 이미 그 현상은 우리 가까이에서 감지되고 있다. 그것은 함정이다. 파주의 습지 위에서 만들어 지는 도시는 이러한 시대적 배경을 안고 새로운 세기의 시작에 태어나는 새로운 공동체이다. 자유로 건설로 메워진 갯벌 위에 다른 곳의 흙을 날라 부어 그 위에 세우는 이 도시의 땅에서 발견할 수 있는 적층 된 삶의 흔적은 거의 없다. 따라서 전혀 새로운 도시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 도시가 낯선 장소가 되기를 바라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의 기억 속에 남아 있었던 그래서 우리에게 익숙한 도시가 되길 희망한다. 더불어 앞으로도 무한히 지속되어질 가능성이 있는 곳이 되길 바란다. 따라서 이 새로운 도시가 토대로 삼는 가장 큰 장치는 우리의 선한 기억이다. 이 선한 기억이야 말로 우리의 존재를 굳게 할 근거가 된다. 우리를 존재케 하는 근본적인 명제들, 이를 공동성( Communality )이라 하자. 서로 다른 생각과 행동들이 모여 삶을 이루면서 서로의 차이를 발견하고 그 가치를 확인하는 열린 사회를 가능하게 하는 도시와 건축, 바로 이 공동성이야 말로 우리가 세우는 새로운 도시에서 추구해야 할 첫번째 과제가 되며 이제 우리들 스스로 이 문제에 대답을 하여야 할 때이다.

Paju Book City, now under construction of infrastructure construction stage, aims to integrate diverse facilities related with publishing industry and to promote a base for the new collective culture in Korea. This special city is sponsored by Korean government and has been organized and promoted by the Association of Korean Publishing Co. since 1990. By the first half of year of 2002, more than 150 buildings would be set up on this 150 ha land.
The site was created by building Jayu freeway, linking Seoul and DMZ, on the east side delta area of Han River. This politically very important site, 4.5km long along the freeway, is basically wet land with plentiful wild reeds around comfortable stream in the midst and is the home of migratory birds. Preserving wild nature was top priority for this project, even though conventional masterplan-we didn’t like this kind of dangerous word. -was given beforehand and its street plan had to be incorporated into scheme inevitably.

The first rule we made here is about emptiness. Emptiness was recognized essential virtue to Koreans in old time, though it is vague now in Korean modern society indulged into economic growth during last several decades. But we have come to realize the true value of the word to engulf our life. Thus we set various emptiness prior to filling the land with buildings. Han River is well connected with Simhak Mountain through this emptiness as like voids in green corridors, interstices between buildings or indeterminate spaces provided here and there. These emptiness create characteristic places where all building belong to. Thus we categorized several building types to be bound to the places as like ‘highway shadow’-printing factories lower than the freeway level, ‘ book shelves’-allowing view to the river and mountain for inhabitants, ‘stone’-set on reeds, ‘canal loft’- allocated along the stream, ‘urban hill’-as landscape form for a biggest structure, etc. We hope all the kind of architecture here are understood as landscape or infrastructure for human settlement.

First of all, what we want to establish here is communality. This city is new one, but we don’t want this to be strange new land. On the contrary we want this new city to be accustomed to everybody based on our beautiful memory about ourselves. That is so called communality, we have forgotten in modern time and it is something that could let our lives endure. We never question this special city would be the first cultural city built in our new 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