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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190 20181214
ISSUE 01

거주하는 다리, 서울

Habitable Bridge, Seoul

구 국세청별관 자리에 새롭게 조성된 서울도시건축박물관의 임시개관전이 지난 10월 15일부터 31일까지 ‘슈퍼그라운드: 서울 인프라 공간의 미래비전 展’이라는 주제로 개최되었습니다. 미래 서울이 직면한 도시 문제에 대한 선제적 대응방안을 구상하고 글로벌 도시 서울이 나아갈 도시건축정책정 방향으로 모색하고자 단일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서울의 인프라 시설 18개소를 대상으로 전세계 건축가 18팀이 참여하여 다양한 안을 출품하였습니다. SHS는 ‘거주하는 다리’라는 제목으로 한강을 건너는 보행인도교를 제안하여 새로운 인프라의 가능성을 제시하였습니다. 개관식 당일 열린 포럼에서는 공동커미셔너인 마누엘 가우사와 김영준 총괄건축가의 주제발표 및 참여건축가들의 작품설명회가 있었으며 전시 내용은 스페인의 건축전문출판사인 ACTAR를 통해 책으로 출판될 예정입니다.

1000만 인구가 사는 세계의 메가시티 25개 중에서 산을 도시 내부에 품고 있는 곳은 서울이 거의 유일한데, 이는 서울의 도시정체성을 이루는 중요한 요소며 서울이 조선의 수도로 정해진 까닭이기도 하다. 동서남북 네 개의 산(북악산·낙산·남산·인왕산)과 이를 둘러싸는 또 다른 네 산(북한산·용마산·관악산·덕양산), 그 사이를 흘러나가는 물줄기들이 이루는 풍경이 서울의 고유한 지리여서, 도시는 그 산세를 경외하며 지어진 작은 규모의 건축들이 이룬 집합체였다. 삼각산에서 발원하여 북악으로 이어지는 산세는 창경궁과 종묘를 거쳐 세운상가에 이르러 청계천과 만난다. 계속해서 남쪽으로 목멱을 넘으면 해방촌을 지나 용산공원을 관통하며 마침내 한강에 다다른다. 이 축이 한강을 건널 수만 있으면, 남쪽으로 진행된 이 축은 관악으로 연결된다. 그래서 제안하는 한강의 스물아홉번째 다리는 용산에서 시작하여 한강을 건너 반포의 덮개공원을 연결하며 한강을 건너는 첫번째 보행교가 된다. 다리 위에는 물론 자동차가 없다. 대신 녹음을 따라 사람만이 건너는 이 길은 서울의 골목길처럼 직선이 아니라 좁다가 넓어지며 곧다가 휘어진다. 여기에 놓여지는 시설들은 거주형태의 다양함과 변화를 수용하는 하부구조만을 설치한다. 기둥들과 벽체, 경사로, 계단 등이 마치 무대처럼 놓여져 이 시설에 의지하여 거주는 수시로 그 모양을 바꿔가며 이루어질 것이다. 다리의 북쪽 강변에 한강이 흐르는 방향을 따라 400m 길이의 새로운 대지를 만들어 물 위에 띄웠다. 요트나 낚시 등 한강의 물놀이를 할 수 있게 된 이 떠있는 대지는 마치 운하를 사이에 둔 듯 북안과 같이 식당이나 카페, 수상 편의시설가게 등이 수용될 수 있는 공간들을 만든다. 한강을 유람하던 요트와 유람선 또한 이곳에서 정박할 수 있다. 서울의 녹지축을 완성하고 보행으로 서울의 한 복판을 관통하게 하는 이 다리는 스스로 공간이며 도시다. 일상의 풍경을 생산하는 다리, 그래서 우리의 삶을 담는 거주하는 다리라 이름하였다. /SHS

ISSUE 02

SHS WORK

지난 11월, 중국 화인디자인연합회에서 조직한 2018 <해후邂逅> 닝더宁德 포럼에서 SHS의 강의가 있었습니다. <건축, 공간의 시학>을 주제로 진정한 건축이 무엇인지에 대해 설명하고 빈자의 미학을 도시, 공간, 기능의 차원에서 사례를 들며 설명했습니다.

ISSUE 03

SHS 중앙시평

지난 11월 17일 중앙일보에 ‘지금 한국 건축의 한 단면’이라는 제목으로 SHS의 시평이 게재되었습니다. “…이렇듯 세계적 걸작의 탄생에는 설계 공모의 역할이 지대하며 그로 인해 문화가 진보하게 된 경우가 수없이 많다. 물론 심사가 공정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앞의 경우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일반 공모의 형식이지만 참가작의 수준을 담보하기 위해 저명 건축가를 지명하여 경쟁하게 하는 방법도 있는데, DDP로 알려진 동대문디자인플라자가 대표적이다. 국내외 건축가 8명을 초청하여 지난 2007년에 시행된 이 국제경기는 얼마 전에 타계한 자하 하디드의 ‘환유(還遊)의 풍경’이라는 제목의 설계안을 당선시켰고 그녀 특유의 우주선 같은 작품이 서울에 세워졌다. …그들 심사위원 중에는 다이아나 발모리라는 미국 조경가가 있었다. 바로 세종시 통합청사의 설계자다. 세종청사의 설계 공모는 DDP의 공모 심사가 있기 몇 달 전이었다. 그녀가 제출한 ‘Flat City, Link City, Zero City’라는 제목의 안이 당선작으로 결정되자 모두가 놀라움을 금하지 못했다. 가운데의 언덕을 둘러싸고 모든 부처가 하나의 건물로 연결된 환유의 풍경이었다. 위에서 보면 마치 용이 꿈틀대는 듯했으며, 녹지는 땅에서부터 지붕으로 이어져 시민들이 자유롭게 노닐도록 한 유기체였다. 그러나 이 건축을 과연 관청으로 쓸 수 있을까? …발모리는 세상을 떠나기 3년 전인 2013년, 완공된 통합청사를 처음으로 방문한다. 인터뷰 기사에 의하면, 그녀는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고 한다. 설계의 중요한 모티브이던 완만한 언덕과 부드러운 굴곡의 지형이 사라진 것을 보며 좌절했고, 물 흐르듯 연결되어야 하는 건물은 부처마다 쇠 울타리로 절단하며 파편화되고 옥상은 접근할 수가 없었다. 형태는 유기적인데 공간은 분절된 불구적 실체 앞에 발모리는 망연자실하며 한탄했다. …이는 간과할 문제가 결코 아니다. 발주자, 주최자, 응모자, 심사자 모두 난국에 빠지고 만 이 일은 현재 한국 건축계를 둘러싼 불건전하고 후진적인 상황을 신랄하게 드러낸 단면이다. 이 일을 잘 매듭짓지 못하면 한국 건축의 미래는 여전히 어두울 게다. 물론, 나도 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안다.… “자세한 내용은 https://news.joins.com/article/23132718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ISSUE 04

동숭학당

11월 동숭학당의 첫 번째 강의는 이병한 작가님의 ‘왜 유라시아인가(다른 백년, 다시 개벽’라는 제목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거대한 유라시아망이 다시 연결, 복원되는 지각변동의 시대를 맞이한 ‘유라시아 재통합’의 현장을 공부하는 시간이었습니다. 11월 28일은 경희대학교 사학과 박진빈 교수님의 강의가 있었습니다. ‘대학’가’라는 공간에 대해 생각해보기’라는 주제로 진행되었습니다., 대학가의 공간성, 대학(가)의 주체는 누구인지, 대학가와 동네의 관계의 현주소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2018년 동숭학당 마지막 강의는 12월 12일 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 김아연 교수님께서 진행하실 예정입니다.

WORKS

한살림 연수원, 괴산

Hansalim Trainning Center, Goesan

충청도 괴산군 청천면 삼송리에 위치한 한살림 연수원 신축설계는 현재 허가접수를 위해 기본설계를 마무리단계에 있습니다. 토목, 구조, 설비, 전기설계는 기존 설계계획에 맞추어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시스템이 될 수 있도록 조정 작업 중입니다. 한살림 정신에 맞춘 친환경적이면서 자연과 사람을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건물이 되도록 계획 중입니다. 연면적 450평 규모의 단층 건물을 총 8개동으로 분리시켜 하나의 작은 마을의 모습이 되도록 배치하였으며, 외장재로는 자연친화적인 색감의 노출콘크리트를 사용할 예정입니다. 단일건물로 위압적이고 도드라지는 건물이 아닌 건물이 자리잡는 땅과 주변 경관을 고려하여 매스들을 분절하고 지붕의 모습은 여러 방향으로 경사진 박공지붕을 사용하여 주변 산자락의 모습을 담으려 했습니다. 다가오는 봄에 착공할 예정이며 아름다운 괴산의 새로운 명소가 되길 바랍니다.

WORKS

숭인동 복합시설 신축설계, 서울

Complex Building of Sungin-dong , Seoul

숭인동 복합시설 신축설계는 건축ㆍ경관ㆍ교통 위원회 통합심의 결과 조건부 가결되었습니다. 건물의 주요 설계 개념으로서 채우지 않고 비워낸 고층부 매스계획과 사방으로 열린 저층부 개방공간 계획에 대해, 관계부서 및 심의위원들로부터 적극적인 공감을 얻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현재는 구조, 토목, 기계, 전기, 조경 등 관계전문가 협의를 통해 허가 및 실시도서 작업을 함께 진행 중 입니다. 건축물의 주요 자재 및 상세, 시스템의 대안들을 계속해서 체크해가며 설계의 개념이 완성된 공사로도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목적의 사용자들이 만들어갈 이 곳의 풍경이, 대지 주변의 여러 고층 건물 사이에서 더 나은 도시적 대안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WORKS

강동미즈여성병원 신관, 서울

Kangdong Miz Hospital, Seoul

강동미즈여성병원은 강동구 건축심의 통과 후 실시설계 작업 중입니다. 심의 조치 사항에 대한 도면 수정 중이며 산부인과와 외래진료층, 지하2층 등 건축주의 요청사항을 반영하여 세부 평면 수정 중입니다. 기계 및 전기설비는 메인 시스템에 대한 계획을 마무리하고 세부사항과 관련한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며, 실내외 재료마감과 외벽 디테일 스터디 중입니다. 내년 건축허가 일정에 맞추어 각 분야별 실시설계도서 작업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WORKS

군위 사야원 와사, 군위

Saya Arboretum Wasa, Gunwi

경북 군위에 조성중인 사유수목원의 관람시설물 중 하나인 와사의 설치공사가 진행 중에 있습니다. 와사는 수목원의 정상에서부터 흘러내려온 물줄기가 잠시 고였다가 흘러가는 다섯개의 연못으로 이루어진 오담 위에 걸쳐진 시설물로서 관람객들이 이곳을 통과하면서 휴식을 취하거나 다양한 공간적 체험을 할 수 있도록 구상 중입니다. 약70m 길이로 연결되는 2.4m 정방형의 공간이 지형을 따라 꺾이거나 굽어지면서 아름다운 주변의 산세와 오당을 배경으로 어우러져 또 하나의 풍경으로 자리하도록 계획하였습니다. 현재 하부 기초 및 철골구조공사를 완료하고 상부 시설물인 내후성강판공사를 하기 위한 상세협의 및 샘플시공을 진행 중입니다.

WORKS

서교동 근린생활시설 신축설계,서울

Seogyo-dong Complex Building, Seoul

40년, 긴 세월의 흔적이 남아있는 오래된 연와조의 주택에서 다채로운 공간과 프로그램을 가진 공간으로 새롭게 태어나는 서교동 근린생활시설은 허가를 완료한 후로 실시설계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서교동의 상징이 될 외부전시벽의 입면디자인을 확정하여 상세도를 작성하고, 관계전문가들과의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도면들을 보완하고 있습니다. 피라미드 형태를 가진 명상의 공간에는 건축주의 아이덴티티를 새겨 건축물에 새로운 흔적을 남기려 합니다. 이는 성스러운 빛의 연출을 통해 이곳을 찾는 사람들로 하여금 직간접적으로 건축주의 특별했던 삶을 공유하고자 하는 의미를 드러냅니다. 내년 3월 착공을 목표로 실시설계도면을 보완해 나갈 예정입니다.

WORKS

가회동 미술관, 서울

Gahoe-dong Gallery, Seoul

가회동 미술관은 기존건물 부분철거와 구조보강 가시설 설치 공사를 진행 중입니다. 기존건물의 내측벽 흙막이파일 설치공사를 마무리하였고, 구조도면과 토목도면, 구조보강용 가시설 도면상의 각 부재들에 대한 상호간섭 부분 검토를 통해 마이크로 파일의 최종 설치 위치도 확정되어서 이후 마이크로파일 설치작업이 이루어질 예정입니다. 오랜 기간 준비했던 가시설 및 구조보강공사가 마무리단계에 접어들면서 다음달부터는 본격적으로 지상층 골조공사가 진행될 예정입니다. 동절기에 진행되는 만큼 콘크리트 타설 및 보양에 대한 준비도 철저히 하고 있습니다. 또한 외장마감재와 외부창호에 대한 시공도면 검토작업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WORKS

시안추모공원 관리동&정문, 광주

Sian Management Building&Front gate, Gwangju

경기도 광주시 시안추모공원 내 관리동은 현재 지상1층 벽체 및 2층 슬라브 타설을 완료하였습니다. 관리동은 공원 전체의 일관된 이미지 개선을 위해 추진 중인 마스터플랜에 따라 외부마감을 미송널 노출콘크리트로 계획하여 주변 자연환경과 잘 어울릴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구조인 동시에 외부마감을 구성하는 콘크리트 공사가 가장 중요한 공정이니만큼 최상의 품질을 확보하기 위해 신중을 기하고 있습니다. 공원 진입로 정비사업에 맞춰 공원 초입에 위치할 사인 및 정문구조물에 대한 공사도 함께 진행중입니다. 현재 도로선형 변경공사 및 정문구조물의 골조공사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진입로를 따라 길게 뻗은 상징벽과 내후성강판으로 제작될 신목은 공원의 상징적 구조물로서 공원을 찾는 방문객들을 맞이하는 동시에 도시와 추모공간을 연결하는 매개체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WORKS

문정지구 복합시설, 서울

Complex Building of Munjeong District, Seoul

문정지구 복합시설은 현재 외부마감인 골조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이 달 말까지 외부창호 설치 및 조적공사 완료를 목표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올해까지 가구디자인 및 사인디자인 협의를 진행하고, 설계개념에 따라 건물을 완성하기 위해 매 공정마다 긴밀하게 논의하고 있습니다. 내부마감 공정으로 조적공사 및 건식벽체공사가 진행 중이며, 건물의 설계 개념 구현을 위해 지속적으로 체크하며 공정에 차질 없도록 할 예정입니다.

WORKS

김해 시민문화 체험전시관, 김해

Rising land : Museum&library of President Roh Moo-Hyun, Gimhae

김해 시민문화 체험전시관 인테리어 설계는 마무리단계에 있습니다. 실내마감재료의 칼라코드와 조명계획의 검토를 마치고, 작은 도서관, 휴게 라운지, 사무실 등 전시영역을 제외한 모든 실의 가구 레이아웃을 정리하고 있으며 다목적홀의 음향/영상장비 선정, 무대조명 설치계획, 휴게라운지의 영상/음향장비 선정계획도 마지막 정리를 하고 있습니다. 다음달까지 인테리어 설계내용이 반영된 실시설계도면과 내역서를 작성하고 나면 착공에 대한 준비가 진행될 예정입니다. 오랜 기간 동안 설계를 진행하면서 작은 부분에 대한 디자인까지 세밀하게 검토한 김해 시민문화 체험전시관이 봉하마을에 자연스레 녹아드는 건축물로 자리매김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EVENTS

Happy Birthday!

11월은 최보라 사원, 고일환 대리, 서제교 사원의 생일이 있었습니다. 지난 11월 2일, 생일을 맞이한 직원들을 축하하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이로재에서 유쾌하고 밝은 분위기를 책임지는 주인공들 덕분에 더욱 즐겁고 화기애애한 자리가 되었습니다. 세 분의 생일을 다시 한번 축하드리고 행복한 한 해 되시길 바랍니다!

EVENTS

IROJE PEOPLE

이로재 경리 김시은 사원이 지난 10월 25일 오사카 에서 진행되는 오사카 국제 콩쿠르에 바이올린 연 주자로 나섰습니다. 시은씨는 우연치 않은 기회로 콩쿠르 오디션에 참가하여 10팀만이 오를 수 있는 무대에 입선을 하게 되며 오사카 행에 오르게 되었다고 합니다. 슈베르트의 ‘아베마리아’의 경건하고도 간절한 선율로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사로 잡아 우수한 성적을 이뤄냈습니다. 김시은 사원의 앞으로의 포부를 들어보겠습니다 : “콩쿠르에 입상한 것도 과분하지만 4등까지 하니 실감이 안납니다! 내년에는 더욱 성장하여 1등까지 올라가겠습니다!”

ARTICLE

필름을 맡기며 돌아오는 길에


걷기만 해도 입가에 뿌연 숨이 맺히는 계절이 왔다. 이맘때는 종종 혼자서 시청역 근처를 거닐었다. 작업복을 입은 사람들은 형형색색의 조명들로 크리스마스 장식을 하고 있었고, 거리엔 걸음을 재촉하듯 빠르게 스쳐가는 사람들과, 그 사이로 기타를 맨 음악가들이 캐롤을 불러대고 있었다. 쌀쌀하고, 조금은 울적한 연말의 분위기였다. 한 해를 정리하는 시기엔 그 동안 구석에 쌓아뒀던 필름들을 모아 시청역 근처의 사진관을 찾고는 했는데, 날짜도 적지 않아 어떤 필름이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는 알 수 없었다. 몇 일 기다리다 보면 기억나지도 않던 순간들로 가득 채워진 앨범을 볼 수 있으리라 기대하며 그냥 바리바리 싸들고 가는 것이다. 그럴 때면 언제나 마지막까지 망설이다 깜박한 한 두 장의 필름이 카메라에 남아있기 마련이어서, 그 마지막 한 장을 채우기 위해 거리를 두 번씩 오가곤 했다. 내가 가지고 다니는 것은 주로 한 손에 들어오는 작은 자동카메라였다. 크기가 작아서 대충 주머니에 찔러 넣고 돌아다니다 보면 사진을 찍어야겠다는 생각마저 잊어버리고 다니는 것이 부지기수였다. 출사라는 목적을 가지고 움직이거나 누구나 원하는 ‘찰나의 순간’을 기다리기 보다는 일상 속에서 작은 이미지들을 모아보고 싶었다. 평범한 순간에서 경험할 수 있는 예술이란 것은 그런 것이 아닐까? 카메라를 통해, 혹은 다른 누군가의 시선을 통해 보는 작은 틈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언젠가 찾아보았던 한 사진작가의 작업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그는 포토샵으로 사진을 합성해 환상적인 이미지를 만드는 작가였는데, 평소에는 무지개나 구름과 같이 좋아하는 것들을 모아두었다가 마치 보물처럼 하나씩 꺼내어, 침대 밑 흰 이불자락에 노을 펼쳐놓거나 전봇대 위에 구름을 걸어두었다. 나는 그의 시선을 좋아했던 것 같다. 별것 아닌 합성 몇 가지로 평범한 것들이 얼마나 평범하지 않을 수 있는지. 단순히 사진에 합성을 한 것이 예술인가 아닌가를 떠나서, 좋아하는 것들로 이루어진 것들이 마치 발 밑에 펼쳐진 노을처럼, 단순하지만 얼마나 아름다운 상상인지. 나 또한, 일상적인 풍경 속에 반짝이는 무언가를 찾을 수 있기를.
글/ 여재원